2026/07/12 14

하늘을 품은 물방울

비가 그친 숲은 조용했습니다.나뭇잎 끝에는 아직 떠나지 못한 물방울 하나가 매달려 있었습니다.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지만, 물방울은 마지막 순간을 붙잡고 있는 듯했습니다.가까이 들여다보니 신기한 풍경이 보였습니다.작은 물방울 안에 하늘이 담겨 있었습니다.구름도, 빛도, 세상도 모두 손톱보다 작은 공간 안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우리는 늘 하늘을 올려다봅니다.하지만 그날은 처음으로 하늘이 아래를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어쩌면 세상은 크기로 담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얼마나 비우느냐에 따라 담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조그만 물방울 하나가 넓은 하늘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요.무언가를 더 채우려고만 애쓰지만, 오히려 마음에 여백이 생길 때 더 ..

카테고리 없음 2026.07.12

남겨진 날개

여름 숲길을 걷다 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화려한 꽃도 아니고, 이름 모를 새도 아닙니다.조용히 땅 위에 내려앉은 매미의 날개 한 장입니다.처음에는 그냥 떨어진 작은 조각처럼 보였습니다.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투명한 날개에는 놀라울 만큼 섬세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햇빛을 받으면 유리처럼 반짝이고, 가느다란 결은 마치 누군가 정성껏 그려 놓은 작품처럼 아름다웠습니다.매미는 여름을 대표하는 곤충입니다.우리는 우렁찬 울음소리만 기억하지만, 그 울음이 있기까지는 긴 시간이 있었습니다.땅속에서 몇 해를 묵묵히 견디고, 짧은 여름을 위해 기다렸습니다.그리고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의 시간을 모두 살아냅니다.그 시간이 끝난 뒤에도 자연은 아무 흔적 없이 보내지 않습니다.조용히 남겨진 날..

카테고리 없음 2026.07.12

그 자리에 머무는 이유

산책을 하다 보면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특별한 풍경도,화려한 꽃도 아니었습니다.나무 위에 조용히 앉아 있던작은 도마뱀 한 마리였습니다.가까이 다가가도허둥지둥 달아나지 않았습니다.조용히,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무엇을 보고 있었을까요.먹이를 기다리는 것인지,낯선 사람인 나를 살피는 것인지,아니면 그저 따뜻한 햇살을 즐기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분명한 것은그 작은 생명도 자신만의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우리는 늘 바쁘게 지나갑니다.어디론가 향하고,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잃곤 합니다.하지만 자연은 다릅니다.급하게 서두르지 않습니다.필요한 순간에는 움직이고,기다려야 할 때는묵묵히 그 자리를 지킵니다.잠시 멈춰 선 도마뱀을 바라보다가문득 제 자신을 돌아보게 ..

카테고리 없음 2026.07.12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사진을 찍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내가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문득 자연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입니다.이 작은 사마귀도 그랬습니다.도망갈 줄 알았는데,잠시 움직임을 멈춘 채조용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그 짧은 시간 동안은누가 누구를 관찰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은 나였지만,시선을 먼저 건넨 것은오히려 이 작은 생명인지도 모릅니다.사마귀의 눈은 늘 신기합니다.크고 둥근 두 눈은어디를 바라보는지 쉽게 알 수 없어도,이상하게도 마주 보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그래서일까요.사진을 찍는 동안에도셔터를 누른다는 생각보다눈을 마주하고 있다는 기분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잠시 멈춘 시간.바람도,주변의 소리도,잠깐은 잊힌 듯했습니다.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카테고리 없음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