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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사진11

어디서 누구와 왜 싸웠을까 숲길에서 만난 하늘소.가까이 들여다보니 양쪽 더듬이 끝이 모두 부러져 있었습니다.어디서 이런 상처를 입었을까요.누구와 싸웠던 것일까요.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쳤던 걸까요.영역을 지키기 위해 맞섰던 걸까요.사랑을 지키려다 몸을 던졌던 것은 아닐까요.그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이 작은 생명도 치열한 생존 경쟁을 견뎌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입니다.자연은 아름답지만 결코 평화롭지 않습니다.살아남기 위해 싸우고,지키기 위해 버티며,내일을 위해 또 하루를 견뎌냅니다.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견디며 살아갑니다.그래서 저는 이 하늘소에게서 상처보다 살아남은 시간을 보았습니다.생존의 흔적은 화려하지 않습니다.때로는 부러진 더듬이처럼 조.. 2026. 7. 19.
찰나를 채운 투명함, 비 개인 날의 달개비 비가 지나간 자리에 아침이 찾아오면, 길가 모퉁이에는 세상에서 가장 맑은 보석들이 매달립니다.하룻밤의 비바람을 견뎌내고 피어난 작고 푸른 꽃잎. 그리고 그 여린 줄기와 꽃수술마다 위태롭지만 단단하게 맺혀 있는 물방울들. 금방이라도 툭 떨어질 것 같은 저 투명한 방울들은 어쩌면 이 작은 꽃이 밤새 흘린 눈물이자, 오늘을 버텨내기 위해 품은 가장 단단한 다짐일지도 모릅니다.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겠지요.차갑고 무거운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을 지날 때면 금방이라도 꺾일 듯 흔들리지만, 그 비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가장 맑고 투명한 눈물을, 그리고 눈부신 성장의 흔적을 삶의 자락에 매달 수 있습니다.단 하루를 살아가더라도 자신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푸른빛을 아낌없이 펼쳐 보이는 저 .. 2026. 7. 16.
경외감마저 드는, 가장 원초적인 몸짓 어떤 타협도, 사치스러운 포장도 없는 자연의 날것 그대로.초록빛 암컷 위에 올라탄 갈색 수컷의 조심스러운 몸짓과, 사방을 경계하듯 꼿꼿이 세운 암컷의 더듬이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흘러 넘칩니다. 이 짧은 찰나를 위해 그들은 얼마나 많은 풀숲을 헤치고 서로를 찾아 헤맸을까요.이 사진은 우리에게 묻는 듯합니다."너는 살아가면서 이토록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뜨겁게 몰두해 본 적이 있는가?"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원초적인 열정과 생에 대한 집념을, 작은 곤충의 몸짓 속에서 거울처럼 마주하게 됩니다. 2026. 7. 16.
잠시 머물 뿐입니다 비가 그쳤습니다.잎 위에는몇 방울의 물이 남아 있습니다.어쩌면 우리는그 물방울을 보고멈춰 있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물방울은멈춘 것이 아닙니다.햇살을 만나면 증발하고,바람을 만나면 흘러내리고,다른 물방울을 만나면더 큰 물이 되어 떠납니다.잠시 머물 뿐,언제나 다음을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우리의 시간도 그렇습니다.지금 제자리인 것 같아도,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도,어쩌면 우리는잠시 머물러 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머무는 시간은멈춘 시간이 아니라,다시 떠나기 위해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2026. 7. 15.
오늘도 먹이를 찾아 나섭니다 꽃이 피었습니다.사람들은 꽃의 색을 바라보지만,작은 개미는 아름다움을 감상하지 않습니다.꽃 위를 오르는 이유는 단 하나.오늘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먹이를 찾고,동료를 만나고,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작은 몸으로 쉼 없이 움직입니다.아름다움을 누릴 여유보다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생각해 보면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하루를 시작하면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먹고,일하고,가족을 돌보고,내일을 준비합니다.그 기반이 마련되어야비로소 꽃을 바라볼 여유도 생깁니다.꽃 위를 걷는 작은 개미를 보며,아름다움보다 먼저 생존을 선택하는 자연의 순서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어쩌면 삶도 그렇습니다.먼저 단단히 살아내야,그다음에 비로소 주변의 아름다움을 오래 바라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2026. 7. 15.
오늘도 자신의 자리를 엮는다는 것 숲길을 걷다 보면거미는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하지만 어느 순간,햇빛을 받은 거미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그제야'여기에 누군가 살고 있었구나.'하고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거미는 하루에도 몇 번씩거미줄을 만들고,찢어지면 다시 이어갑니다.누군가는 그것을본 적도 없고,알아주지도 않습니다.그런데도거미는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엮어 갑니다.가끔은 우리도 그렇습니다.결과는 보이지 않고,노력은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며,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사람들이 먼저 발견하는 것은거미가 아니라 거미줄입니다.보이지 않던 시간들이눈에 보이는 흔적으로 남기 때문입니다.오늘도 누군가는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자신만의 거미줄을 엮고 있을 것입니다.그리고 그 시간은언젠가 누군가의 시선을.. 2026.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