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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by lyongjoon 2026. 7. 12.

사진을 찍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내가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자연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이 작은 사마귀도 그랬습니다.

도망갈 줄 알았는데,
잠시 움직임을 멈춘 채
조용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은
누가 누구를 관찰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은 나였지만,
시선을 먼저 건넨 것은
오히려 이 작은 생명인지도 모릅니다.

사마귀의 눈은 늘 신기합니다.

크고 둥근 두 눈은
어디를 바라보는지 쉽게 알 수 없어도,
이상하게도 마주 보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셔터를 누른다는 생각보다
눈을 마주하고 있다는 기분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잠시 멈춘 시간.

바람도,
주변의 소리도,
잠깐은 잊힌 듯했습니다.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몇 초가
생각보다 오래 기억 속에 머물렀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기록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연은 기록만으로 남는 존재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날의 바람,
햇살의 방향,
나무의 온도,
그리고 그 순간의 눈빛까지.

모든 것이 함께 있었기에
이 한 장의 사진이 만들어졌습니다.

아마 내년에 같은 장소를 찾아가도
또 다른 사마귀를 만날 것입니다.

같은 종일 수도 있고,
비슷한 자세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같은 만남은 아닐 것입니다.

사진은 비슷해 보여도,
그날의 계절과 공기,
그리고 내 마음은 이미 달라져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자연을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생물을 찾는 일이 아니라,
같은 자연 속에서
다른 순간을 만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셔터를 누른 것은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나마 서로의 존재를 알아본 그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