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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소와 눈을 마주친 날

lyongjoon 2026. 7. 10. 10:01

우리는 종종 크기로 세상을 판단합니다.

큰 나무는 든든해 보이고, 높은 산은 웅장해 보입니다. 반대로 작은 생명들은 쉽게 지나쳐 버립니다. 너무 작아서, 너무 흔해서,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끔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바라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자 작은 하늘소 한 마리가 가만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긴 더듬이를 세운 채 도망가지도, 숨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슨 일이냐?" 하고 묻는 것 같은 눈빛이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다고 해서 약한 것은 아닙니다.

몸집은 작아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갑니다. 우리 눈에는 스쳐 지나가는 작은 존재일 뿐이지만, 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살아가는 전부일 것입니다.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은 크고 화려한 것만 기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의 삶은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만들어 갑니다.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커 보이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가느냐일지도 모릅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다시 하늘소를 바라보았습니다.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작은 몸이었지만, 세상을 마주하는 모습만큼은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멀리 있는 것만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때로는 발밑의 작은 생명 하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주기도 합니다.

오늘은 조금 천천히 걸어보세요.

그리고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작은 생명에게도 잠시 눈길을 주어 보세요.

어쩌면 오늘도 하늘소는 하늘소의 하루를, 우리는 우리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