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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머무는 이유
lyongjoon
2026. 7. 12. 07:54
산책을 하다 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특별한 풍경도,
화려한 꽃도 아니었습니다.
나무 위에 조용히 앉아 있던
작은 도마뱀 한 마리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허둥지둥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요.
먹이를 기다리는 것인지,
낯선 사람인 나를 살피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따뜻한 햇살을 즐기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작은 생명도 자신만의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바쁘게 지나갑니다.
어디론가 향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잃곤 합니다.
하지만 자연은 다릅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습니다.
필요한 순간에는 움직이고,
기다려야 할 때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킵니다.
잠시 멈춰 선 도마뱀을 바라보다가
문득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아무 생각 없이 한곳을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목적 없이 바람을 느끼고,
시간이 흐르는 것을 바라본 적은 언제였을까.
도마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조용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법은 배우지만,
잠시 멈추는 법은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어쩌면 자연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은
더 빨리 달리는 방법이 아니라,
가끔은 멈춰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만난 작은 도마뱀은
그저 나무 위에 머물러 있었을 뿐인데,
저에게는
'조금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는
조용한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